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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

아서 C. 클라크의 1968년 작품 『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』를 읽고 감상을 남깁니다.

1953년 작품 『유년기의 끝』을 접한 후, 이 작가의 세계관에 대한 궁금증이 커져 유명한 『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』를 구매해 읽어보았습니다. 함께 제작된 동명의 영화는 특유의 영상미로도 잘 알려져 있지요.

과연 1968년의 아서 클라크는 33년 후의 미래를 어떻게 내다봤을까요? 또한 그의 문학 전반에 스며있는 '미지와의 조우'라는 주제가 이 책에서 어떻게 드러나는지 살펴보고자 합니다.

소설의 전반부에서 그는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화두를 던집니다.

'만약 우주에 우리보다 월등히 뛰어난 문명이 존재하고, 이미 우리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미쳤다면?'

300만 년 전, 문명이 꽃피기 전 인류의 눈앞에 느닷없이 길쭉한 돌기둥이 나타납니다. '모노리스'라고 불리는 이 신비로운 구조물은 알 수 없는 원리로 인류에게 문명의 지혜를 전한 뒤 사라집니다.

이 외계의 검은 조형물은 이후 제작된 수 많은 영화나 게임들에서 '발전된 문명이 원시 문명을 계몽하는 장치'로서 표현되곤 했지요.

다시 현재로 돌아와, 이 모노리스는 달의 뒷편에서 TMA-1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한 번 등장하는데, 이 때 아서 클라크가 상상한 2001년의 모습이 어떠한지 그의 상상력과 통찰을 엿볼 수 있습니다.

그가 상상한 2001년의 미래는 냉전 종식 후 우주 진출이 본격화된 희망찬 시대였던 것 같습니다. 마치 비행기를 타듯, 달 왕복선에서는 승무원이 안내하고 조종사가 달 관제탑과 무선으로 소통하는 모습이 그려집니다. 달의 '클라비우스 기지'에서는 공기를 정화하는 온실과 다양한 식물들이 배양되는 농장, 그리고 달에서 근무하는 약 1700명의 사람들이 있지요.

2025년 현재, 달에 가야 할 명확한 이유가 없어 실제로 달 탐사가 활발하지 않은 점은 참 아이러니하게 느껴집니다. 결국 우주 개발은 천문학적인 자금과 인력이 필요한 분야이고, 그만큼 "명분"이나 "경제성"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겠죠.

중반부에 들어서면서 무대는 달을 넘어 더욱 먼 우주로 확장됩니다. TMA-1의 비밀을 규명하기 위해 목성을 지나 토성으로 향하는 '디스커버리 호'에는 프랭크 풀, 데이비드 보먼, 그리고 인공지능 HAL-9000, 총 세 명의 선원이 탑승합니다.

중반부에서는 표면적으로 '인공지능의 반란'이라는 테마가 드러납니다. 초반에 풀과 보먼이 HAL-9000과 단순 명령 중심의 대화를 나누던 것과 달리,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이들은 HAL의 존재를 점차 인식하며 경계하고, 두려움을 느끼게 됩니다.

우리는 기계나 도구를 사용할 때 눈치를 보지 않습니다. HAL의 존재를 의식하고 경계하는 풀과 보먼의 모습은 HAL을 의지대로 다룰 수 있는 기계가 아닌,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의식을 가진 타자로 인식하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.

개인적으로는 '인공지능의 반란' 플롯이 그리 매력적이지 않고, 실제로 그런 상황이 도래한다 하더라도 이렇게 뻔한 양상은 아닐 것이라 생각합니다. 그러나 '미지와의 조우'라는 큰 테마에서는 디스커버리 호의 이야기가 또 다른 의미의 시사점을 던지는 것 같습니다.

언젠가 기술이 발전해서, 만약 우리가 우리와 유사한 의식 수준을 지닌 기계 지능을 창조한다면, 그것 역시 다른 의미에서 '미지와의 조우'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?

후반부에서 디스커버리 호는 토성에 도착하며 이야기는 클라이막스로 치닫고, 데이비드 보먼은 토성의 위성에서 또 다른 모노리스와 조우하며 기이한 체험을 하게 됩니다.

아서 클라크의 소설 속 외계 생명체는 에일리언이나 ET처럼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형태의 외계 생명체가 아닌, 우리가 상상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형태의 고차원의 존재로 묘사됩니다. 일견 코즈믹 호러와 비슷한 면도 있지요.

'충분히 발달한 과학 기술은 마법과 구별할 수 없다'는 그의 유명한 말처럼, 작중 사람들에게 이 외계의 기술이나 문명은 마법처럼 불가해한 것으로 표현되는데, 우주의 거대한 스케일을 생각해봤을 때 이런 견해가 꽤나 타당하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.

문명이 꽃피운 후 1만 년이 지나 인류가 달에 도달했던 것처럼, 앞으로 1만 년 후의 미래도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운 모습일 것입니다. 어쩌면 소설 속 초월적 존재와 같은 모습일지도 모르겠군요.

이 책은 전반적으로 간결하고 담백한 문체로 쓰여 있으며, 등장인물의 수도 손에 꼽을 정도로 극히 제한적입니다. 핵심 인물만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기에 독자는 그가 말하는 주제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습니다.

하드 SF 소설임에도 불구하고, 미래의 모습을 묘사할 때 SF적인 요소가 과장되지 않는 점도 좋았습니다. HAL-9000이나 AE-35 유닛이 어떻게 작동하는지, 구체적인 기능을 그는 일일히 설명하지 않습니다. 다만 이야기를 진행시키고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사용할 뿐이지요.

한편으로는 후반부에서 웜홀, 우주의 거대한 별들, '정거장'과 '우주 공항' 등 일상에서 우리가 마주치는 대상들이 아니라 이론이나 흐릿한 사진으로만 존재하는 천체들을 현실적으로 묘사한 것을 보면 정말 인상적입니다. 그가 지닌 과학적인 지식과 미래에 대한 통찰, 상상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죠.

이렇게 책을 읽고 독후감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아서 클라크의 문장이나 이야기에 더 빠져들게 된 것 같습니다. 저도 글을 쓰게 된다면 이렇게 담백하면서 철학적 함의를 담은 글쓰기를 지향하고자 합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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